SHINE ON, BEAST


잘생긴 외모, 강렬한 카리스마, 반짝이는 재능, 폭발하는 에너지…. 웬만한 조건은 다 갖춘 수많은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데뷔 6년 차 비스트는 그들만의 독특한 좌표를 형성하고 있다. 그 지점을 따라 더듬어 올라가다 새삼 찬찬히 들여다본 그들의 얼굴에서 그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결기에 가득 찬 소년이 아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명민한 남자들의 미래가 엿보였다.


누가 뭐래도 비스트는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 중 하나다. 분출하는 무대 위, 그들의 몸짓 하나마다 쏟아지는 환호와 시선이 이를 증명한다. 거뜬히 공고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각자의 행보 또한 돋보인다. 그들에게는 함께 정상의 자리를 나눠 가진 여타 그룹과는 차별되는 특별함이 있다. 태초부터 빛나는 별이 아닌 자신들만의 방식과 리듬으로 세상을 서서히 매료시켜 온 이들만이 낼 수 있는 찬란함. 곧 새로운 무대로 돌아올 여섯 남자의 빛나는 지금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이기광


블랙 슬리브리스 톱은 릭오웬스. 블랙 망사 셔츠는 레주렉션 by 이주영.


청명한 웃음소리와 함께 스튜디오에 들어선 여섯 남자 중 가장 먼저 카메라 앞에 선 이기광은 특유의 달콤한 눈웃음과 해사한 미소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혼자보다 함께일 때 훨씬 많은 것을 얻는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차곡차곡 같은 시간을 쌓아온 멤버들에 대한 믿음과 편안함이 서려 있다.


"개인 활동 기간에 로맨스에 푹 빠졌었어요. 모바일-온라인 드라마 <스무살> 주인공을 맡아서 첫사랑을 앓았거든요. 4부작 드라마긴 했지만, 확실히 주연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이 엄청나더라고요. 중심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집중했는데, 힘들었던 만큼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본능적으로 감정을 표현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부럽기도 해요. 어떤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자책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는 지금도 열심히 올라가는 중이에요. 좌절도 하고 비판도 들으면서, 배우고 발전해가고 싶어요. 물론 음악적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어요. 요즘에는 작곡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저만의 색깔과 세계가 담긴 음악으로 누군가와 감정을 공유해보고 싶어요. 곡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고민하고 공들여 만든 노래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와 정서가 입혀질 때 느끼는 뭔지 모를 짜릿함이 있거든요. 일단 우리 비스트 멤버들이 제 노래로 무대에 서는 그 순간을 위해 즐겁게 달리고 있어요."









손동운


화이트 반팔 셔츠는 레주렉션 by 이주영.


막내 손동운은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마주 앉자마자 의자를 바싹 당겨 몸을 기울였다. 그윽한 눈매를 따라 부드럽게 드리워진 속눈썹이 질문마다 침착하게 깜빡였고, 꺼내놓는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막내라곤 믿기 힘든 사려 깊음이 묻어났다.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항상 그전까지 제가 불렀던 노래를 반복해서 들어봐요. 앨범마다 트랙마다 어떤 점이 나아졌고 반대로 무엇이 부족한지를 찾기 위해서요. 부끄럽고 민망하기도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제 목소리를 따라가봐요. 그리고 깨닫게 된 것들을 현재에 녹이려 하죠. 다음 앨범은 몇 년 뒤에 들어도 창피하지 않을 만큼 만족스럽게 해내려고 노력해요. 저는 형들에 비해 저음이 두드러진 편이에요. 그게 비스트라는 팀 내에서 제가 가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형들의 보컬과 어우러져 좀 더 안정적이고 견고한 음악을 완성할 수 있거든요. 각자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 적절히 조합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바로 ‘팀’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희 팀은 꽤 잘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봤던 기광이 형이나 요섭이 형과는 종종 ‘인생의 절반을 같이한 사람들’이란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비스트 멤버들과 함께한 시간이 길어요. 이제는 서로 뭔가를 굳이 맞추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느낌이고요. 식상한 표현이지만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나름 무던한 성격이라 그동안 조용히 막내 역할을 잘해왔지 않나 생각하는데(웃음), 이제부터는 조금 의욕을 부려보려고요. 형들에게 ‘동운이가 없으면 절대 제대로 된 무대를 만들 수 없을 것 같다’는 확신과 믿음을 주는 보컬, 팀의 균형지탱하는 역량을 지닌 멤버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발전하는 비스트의 중심에는 제가 있을 거예요. 막내의 무서운 성장을 지켜봐주세요.” 









용준형


블랙 톱은 지플리시. 블랙 소매 시스루 점퍼와 블랙 팬츠는 모두 아르케.


언뜻 비슷한 포지션과 가능성을 갖고 있다 여겼던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서 비스트가 흥미로운 지점을 형성하며 지금의 위치까지 영역을 넓힌 데에는 용준형의 음악이 큰 몫을 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유롭게 즐기고 향유하는 동안 자연스레 ‘아티스트’라는 매력적인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오늘도 흥얼흥얼 음악에 흠뻑 취해 있다.


"지난해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드라마 <몬스타>에도 출연하며 전에 없이 바쁘게 지냈어요. 스케줄이 빡빡해 체력적으로는 무척 힘들었지만 드라마를 통해 얻은 게 참 많아요. 돌이켜보면 음악도 연기도 내 안에 응축된 것들을 나의 표현 방식으로 꺼내놓는 작업이란 점에서 닮은 것 같아요. 그래서 훨씬 흥미로웠고요. 또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욱 집중해서 잘 해보고 싶어요. 저는 가능한 더 넓고 다양하게 경험의 폭을 넓혀가고 싶어요.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 접하는 환경, 온 몸으로 흡수하는 이야기들, 모두 제게 큰 자산이자 양분이 되거든요. 오랜만에 ‘비스트’란 이름으로 선보일 저희의 음악을 궁금해하고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어요. 그들의 기대와 기다림이 뿌듯한 기쁨이 될 수 있게 완성도 높은 앨범을 선보이겠단 각오를 다지죠. 사실 예전엔 대중성과 새로운 음악적 지향 사이의 접점을 찾는 데 몰두했다고 하면, 이제는 비록 위험이 따른다 해도 뭔가 신선한 시도와 우리만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언제부턴가 멤버들이 각자 무엇을 하고 싶어 하고, 또 어떤 색깔을 갖고 있고, 뭘 제일 잘하는지 조금씩 알게 됐어요. 곡을 쓰고 앨범 프로듀싱을 하다 보니 멤버마다의 특색을 가장 잘 살려나갈 수 있는 사람이 어쩌면 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우리 여섯의 퍼즐을 이리저리 맞추고 해체하며 최고의 모습을 찾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어떤 모습이든 여섯이서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게 ‘비스트’의 특징이자 엄청난 장점이에요. 멤버들이 참 고맙고 자랑스러울 때가 많아요. 아마도 우리는 함께하면서 점점 더 놀랍고 멋진 그룹으로 성장할 거라 믿어요."









윤두준


네이비 니트는 오프닝세레모니 by 비이커. 네이비 팬츠는 준지. 블랙 슈즈는 어그.


반듯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에 어울리는 진중한 분위기, 거기다 특유의 ‘상남자’ 이미지까지 더해진 윤두준의 촬영은 시종일관 순조로웠다.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가 날 때마다 세심하게 반응하는 근육이 새로운 표정을 만들었고, 스튜디오의 조명이 꺼질 때까지 그는 묵묵히 행동으로 많은 말을 대신했다. 그는 매 순간 과시하지 않아야 할 순간을 잘 아는, 듬직한 리더였다.


"최근까지 <식샤를 합시다> 촬영으로 바쁘게 보냈어요. 아직 몇 편밖에 경험이 없지만, 역시나 다시 한 번 연기의 어려움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에요. 물론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이야기 구성도 재미있어서 촬영장 가는 길이 늘 즐거웠지만, 그만큼 저의 부족함도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드라마 종영 후 사실 후속 작품 제안도 들어왔는데, 지금은 ‘비스트’로 여러분을 만나는 것이 우선이란 생각을 했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서 앨범 작업과 드라마 촬영을 병행하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오랜만의 컴백이라 준비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고요. 역시 여섯이서 웃고 떠들며 뭔가 하는 이 순간이 벅차고 소중해요. 요즘 들어 새삼 드는 생각인데 우리 여섯의 관계가 참 오묘하고 또 특별하단 느낌을 받아요. 여태까지는 멤버들을 주로 ‘자주 보는 친한 친구들’이라 표현했거든요, 그런데 그 표현이 한참 부족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떨 때는 가족보다도 가깝고 어떨 때는 나 자신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여러 관계의 교집합이라고나 할까요. 살아가면서 그런 특별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큰 축복이자 행복이란 생각도 해요. 그리고 팬들 또한 그래요. 처음부터늘 고맙고 소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아끼게 돼요. 아마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다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다들 마음가짐이 남다른 게 보였어요. 예전엔 연습하면서 힘들다고 툴툴대기도 하고 핑계 대며 게으름 피울 때도 있었는데 요즘엔 모두 눈이 빛나고 즐거워들 해요. 앨범을 통해 그런 마음과 노력들을 분명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장현승


블랙 슬리브리스 톱은 알렉산더왕. 블랙 시스루 점퍼는 BLK DNM by 톰그레이하운드. 블랙 팬츠는 제너럴아이디어.


도발적인 휘파람 소리에 이끌려 시선이 멈춘 무대에서 처음 보는 눈빛과 표정을 한 장현승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았다. 무대에서의 흡입력과 ‘반전’이 가장 확실한 남자, 장현승의 매력을. 그동안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한 면을 드라마틱하게 펼쳐낸 유닛 활동 이후, 그는 한층 선연하게 빛나고 있다.


"유닛 활동으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음악 프로그램 1위도, 인지도 상승도 아닌 나 스스로를 실험하고 온전히 꺼내놓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노래는 물론이고 퍼포먼스, 연출, 이미지 하나까지 모두 제 ‘눈높이’를 거친, 저만의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계속해서 확인하고 고치고 또 준비했어요. 사실 저는 일할 때 무척 예민해져요. 완벽주의적인 성격이라 스스로에게도 엄청 채찍질을 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몸이 힘들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그 예민함을 원동력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단 생각도 들어요. 너무 힘들고 버거울 때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왁자지껄 떠들기도 해요. 특별한 일 없이 가만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요. 그렇게 휴식하면서 더듬이를 날카롭게 벼려 다시 일에 쏟아부어요. 최근 들어 저희들끼리 우리 방향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데, 솔직히 전 아무리 시기에 따라 획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해도 무조건 음악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더러 고지식하고 외골수라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제가 원래 무슨 일이든 돌아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위력적인 직구, 그게 최선이라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우리는 더욱 ‘비스트’다워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양요섭


블랙 레이어 디테일 니트는 J.W 앤더슨 by 톰그레이하운드. 블랙 팬츠는 마커스루퍼 by 톰그레이하운드. 골드 브레이슬릿은 S.O.A.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감을 의미한다. 평범한 일상의 공식을 내려놓고 그들 각자의 삶과 그룹의 히스토리로 새로운 지도를 그려 나가야 한다. 햇수로 데뷔 6년 차, 멤버들 모두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하는 나이에 접어든 비스트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 안에서 언제나 정공법으로 중심을 지켜왔던 양요섭은 ‘비스트’와 함께 내일을 꿈꾼다.


“새로운 뮤지컬 <풀하우스> 연습으로 요즘 좀 정신이 없어요.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인데 무대에 설 때마다 매번 늘 새로운 옷을 입는 느낌이에요. 늘 서던 무대와는 분명 다르기 때문에 뮤지컬을 할 때엔 평소보다 훨씬 긴장하고 때론 예민해지기도 하는데, 피하고 싶지 않은 짜릿한 부담이자 떨림인 것 같아요. 멤버들이 공연을 보러 와서 응원도 해주고 냉철한 평가도 던져요. 이 친구들이 저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더욱 정확하고 신랄할 수 있죠. 그래도 이제 서로 어떤 점을 싫어하고 조심해야 하는지 아니까 기분 상하거나 충돌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사실 처음에는 오해나 싸움도 잦았어요. 그런데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게 저절로 조금씩 맞춰진 것 같아요. 이젠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기보다는 우리가 같이 더 단단하고 멋지게 나가는 법을 고민하게 됐어요. 그저 시간 따라 떠밀려 온 그룹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한 ‘비스트’로 당당할 수 있기 위해서요. 그 과정에서 저는 늘 잃지 않으려는 것이 있어요. 팀 안에서 하얀 도화지 같은 역할을 해야겠다 생각했던 처음의 마음이에요. 제가 메인 보컬이지만 혼자서 고음을 내지르거나 멜로디를 이끌고 가려고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저는 제 목소리를 바탕으로 멤버들이 모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으면 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결국 기본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함께, 그리고 제가 그 바탕이 되어서, 오래도록 꾸준히 노래하는 것, 그게 요즘 제가 가장 자주 머릿속에 그리고 또 바라는 절실한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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